부론면 법천리의 법천사지는 건물보다 한 승려의 승탑으로 더 널리 알려진 절터다. 고려시대 국사였던 지광국사 해린을 기린 지광국사탑은 조각이 섬세하고 형태가 독특해 국보로 지정됐다. 그러나 지금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에서 보는 탑은 한 세기 넘게 그 자리를 떠돌고 여러 차례 수리된 문화유산이다.
1911년에 시작된 긴 이동
탑은 1911년 원래 절터에서 반출된 뒤 서울 명동과 일본 오사카를 거쳐 1912년 경복궁으로 옮겨졌다. 일제강점기의 반출을 단순한 ‘해외 전시’로 표현하면 소유권과 장소성이 훼손된 과정을 가린다. 해방 뒤에도 법천리로 돌아오지 못했고, 한국전쟁 때 폭격을 맞아 약 1만2천 개의 파편으로 깨지는 큰 피해를 입었다. 이후 시멘트 등 당시 재료를 사용해 수리했지만 장기 보존에는 다시 문제가 됐다.
해체와 보존처리는 또 하나의 복원 과정이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2016년 경복궁의 탑을 해체해 대전으로 옮기고 오염물과 이전 수리 재료를 제거하며 부재를 보강했다. 이 작업은 깨진 조각을 붙이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어떤 부분이 원래 석재이고 어떤 부분이 후대 보충인지 조사하고, 다시 세웠을 때 구조적으로 견딜 방법을 찾는 보존과학 과정이었다. ‘원형 그대로 되살렸다’기보다 남은 원부재를 최대한 보존하며 안전하게 재조립했다고 설명하는 편이 정확하다.
2023년 귀향, 2024년 복원 완료
탑 부재는 2023년 8월 원주로 돌아왔고, 2024년 11월 법천사지 유적전시관 안에서 조립·복원이 완료됐다. 반출 113년 만이다. 전시관 안에 세운 것은 야외의 원위치에 그대로 복귀시킨 것과 다르다. 지진과 온습도 변화로부터 보호하면서 절터와 가까운 곳에서 공개하기 위한 선택이다.
현장에서는 탑과 빈 절터를 함께 본다
화려한 조각만 찍고 나오면 탑이 왜 돌아와야 했는지를 놓친다. 전시관에서 이동 경로와 보존처리를 확인한 뒤 바깥 절터의 건물지와 지광국사탑비 위치를 살펴보자. 탑의 실내 공개와 전시관 운영시간은 공식 공지로 확인한다. 이 장소의 핵심은 완벽한 귀환이라는 감탄보다, 문화유산에서 원래 장소와 안전한 보존이 때로 긴장 관계에 놓인다는 사실이다.
복원 완료가 역사의 끝은 아니다
재조립된 탑은 앞으로도 균열과 온습도, 보충 재료의 변화를 꾸준히 살펴야 한다. 실내에 세웠다는 사실만으로 영구 보존이 자동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관람객도 유리나 보호선 가까이에서 충격을 주지 않고 촬영 규정을 따라야 한다. 탑 옆 설명에서 원부재와 보충부재 표시, 면진 구조와 보존처리 연표를 확인하면 ‘옛 모습’이 여러 시대의 손을 거쳐 유지된 결과임을 알 수 있다.
법천사지 자체의 발굴과 정비도 계속될 수 있다. 유적전시관의 탑만 법천사의 전부로 여기지 말고, 절터에서 확인된 건물 배치와 지광국사의 생애, 탑비가 전하는 기록을 따로 읽는다. 문화유산의 귀환은 물건을 행정구역 안으로 옮기는 사건인 동시에 원래 장소의 역사와 다시 관계를 맺는 긴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