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을 처음 찾으면 한옥 지붕이 겹쳐 보이는 사진 명소부터 찾아가기 쉽다. 그러나 북촌의 핵심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북악산 남쪽 비탈에 형성된 길과 생활권에 있다. 안국역에서 계동길을 따라 올라 가회동을 지나 정독도서관으로 내려오면 약 100분 안에 오래된 지형, 근대 도시주택, 학교와 주민의 현재를 차례로 읽을 수 있다.
0~25분: 북촌문화센터에서 집의 구조를 먼저 본다
안국역 3번 출구에서 계동길로 들어가 북촌문화센터를 찾는다. 이곳은 20세기 초 민형기 가옥을 활용한 공공한옥이다. 대문, 마당, 안채와 사랑채의 관계를 먼저 익히면 이후 골목에서 지붕만 보는 대신 집이 좁은 필지에 어떻게 놓였는지 상상할 수 있다.
25~65분: 계동길에서 물길과 생활의 방향을 읽는다
계동길은 북쪽이 높고 남쪽이 낮은 북촌 지형을 따라 이어진다. 오래된 지도에서도 확인되는 주요 남북 가로로, 골짜기의 물과 사람의 이동이 비슷한 방향으로 흘렀다. 상점만 보지 말고 옆으로 갈라지는 계단, 막다른 골목, 담장 높이와 배수의 흔적을 살핀다.
65~100분: 가회동에서 멈추고 정독도서관으로 내려온다
가회동 31번지 일대의 한옥 밀집 골목을 지나되 주택 앞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이 한옥 상당수는 조선시대 대저택이 아니라 1930년 전후 공급된 도시형 주택이다. 정독도서관으로 내려오면 옛 경기고등학교 교정과 넓은 마당이 나타난다. 한옥 골목과 근대 학교가 함께 북촌을 만들었다는 사실로 첫 산책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