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동의 백인제가옥은 넓은 안채와 사랑채, 정원과 별당을 갖춘 대형 근대 한옥이다. 1913년 한성은행 전무였던 한상룡이 지었고 한성은행과 언론인 최선익을 거쳐 1944년 의사 백인제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지금의 이름만으로 집의 전체 역사를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전통 한옥에 근대의 생활 방식이 들어왔다
사랑채와 안채가 복도로 연결되고 유리창과 새로운 재료가 사용됐다. 넓은 정원과 높은 별당에서는 당시 최상류층의 생활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집은 조선시대 한옥을 그대로 보존한 사례라기보다 전통 공간이 근대의 취향과 기술을 받아들인 결과다.
첫 건축주의 부도 함께 질문한다
한상룡은 식민지 권력과 긴밀한 관계 속에서 금융과 기업 활동을 펼친 인물이다. 건축미만 감상하면 저택을 가능하게 한 경제와 권력의 조건이 지워진다. 이후 민족언론과 연결된 최선익, 백병원을 세운 백인제로 소유자가 바뀌며 집에는 서로 다른 시대의 서사가 겹쳤다.
박물관의 가구가 모두 원래 물건은 아니다
서울시가 2009년 가옥을 인수하고 보수한 뒤 2015년 역사가옥박물관으로 개관했다. 내부에는 당시 상류층 생활을 보여주기 위해 재현하거나 배치한 물품도 있다. 전시 연출과 실제 거주자가 사용한 유물을 구분하고, 내부 해설 관람은 최신 예약 방식을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