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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 🍺

노가리골목은 맥주보다 퇴근 시간을 팔았다

5화 · 저렴한 마른안주가 서울의 밤 문화를 만든 과정

노가리골목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특별한 요리법만이 아니다. 주변 공장과 사무실에서 한꺼번에 일이 끝나던 시간, 좁은 골목과 값싼 안주가 만나 퇴근 뒤의 공동 거실을 만들었다.

노가리는 음식 이름이면서 가격의 약속이었다

노가리는 어린 명태를 말린 안주로, 연탄불이나 석쇠에 구워 양념장과 함께 먹는다. 냉장 설비와 복잡한 조리가 필요하지 않고 한 마리를 여러 사람이 나눌 수 있어 생맥주와 잘 맞았다. 서울미래유산 자료는 을지로 노가리골목이 1980년대 형성되었고 외환위기 무렵 손님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한다. 비싼 식사 대신 부담이 적은 안주와 맥주를 빠르게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이 여러 세대를 끌어들였다. 외국인에게는 ‘노가리’가 음식명이라는 점과 함께, 한국어에서 허튼 이야기라는 속어로도 쓰인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골목 이름이 더 기억에 남는다.

골목이 넓은 술집의 홀로 바뀌었다

작은 점포만으로 손님을 수용하기 어려워지자 테이블이 골목으로 나왔고, 퇴근 시간이 되면 작업 차량이 지나던 길이 임시 식사 공간으로 바뀌었다. 이 장면은 노가리골목을 상징했지만 도로 점용, 소음, 화재 안전과 인근 공사 문제를 함께 낳았다. 과거 서울시 소개 글에 등장하는 차 없는 거리와 야외 영업 방식이 지금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행정 허가와 공사 상황, 개별 점포 운영은 달라질 수 있다. 방문 당일에는 테이블이 놓인 범위와 보행 통로를 확인하고, 옛 사진을 재현하려고 차도에 서지 않는다.

미래유산 지정은 영업권을 자동으로 지켜주지 않는다

서울시는 2015년 노가리골목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했다. 미래유산은 시민의 기억과 생활문화를 다음 세대와 공유하려는 제도이지만, 문화재처럼 모든 건물과 임대차를 강제로 보존하는 장치는 아니다. 원조로 알려진 을지OB베어가 2022년 건물 소유와 임대차 갈등 끝에 문을 닫은 사건은 유명한 장소가 되어도 개별 영업장은 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골목의 이름이 남는 것, 특정 가게가 남는 것, 여러 독립 가게가 함께 유지되는 것은 서로 다른 보존 문제이다.

한 잔을 마실 때 골목의 현재를 확인한다

방문 전에는 가고 싶은 점포의 영업 여부를 개별적으로 확인한다. 자리가 있다면 노가리의 뼈와 껍질을 어떻게 먹는지 직원에게 묻고, 매운 양념은 조금씩 찍어 먹는다. 야외 좌석이 없더라도 골목이 끝났다고 판단하지 말고 실내의 퇴근 문화를 본다. 반대로 사람이 많다고 모든 점포가 같은 역사와 운영 주체를 가진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상호와 메뉴, 오래된 사진을 비교하고 골목이 어떻게 재편되었는지 살핀다. 노가리골목의 가장 정직한 이야기는 ‘예전처럼 흥겨운 곳’이라는 홍보 문구가 아니라, 도시의 공동 거실이 상업화와 소유권 변화 속에서 어떤 형태로 남는가를 보여주는 데 있다.

술을 마시지 않는 여행자도 골목의 변화는 관찰할 수 있다. 다만 영업 중인 손님의 얼굴을 촬영하거나 테이블 사이를 구경하듯 통과하지 않는다. 노가리는 생선 알레르기와 강한 양념, 술은 연령과 건강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골목의 역사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음주를 필수 체험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계산할 때는 주문하지 않은 기본 안주나 자리 이용 방식이 있는지 메뉴판을 먼저 확인한다. 혼잡한 시간에는 긴 설명을 요구하지 않고, 남은 음식과 쓰레기를 골목에 두지 않는다. 가벼운 한 잔의 문화는 주변 상인과 주민이 감당하는 청소와 소음 관리 위에서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