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청년들이 읍성 잔디밭에 모이다
2014년 8월 17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해미읍성에서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했다. 국가유산 안내판은 23개국 약 6천 명의 젊은이가 참여해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들었다고 전한다. 조선시대 군사 지휘와 박해의 장소였던 성 안이 아시아 여러 나라 청년의 종교 행사장이 된 장면은 공간의 쓰임이 크게 바뀐 순간이다. 그러나 잔디밭 전체를 ‘교황이 미사한 자리’로만 설명하면 성의 군사·행정 역사와 그 이전에 쌓인 지역 기억이 사라진다. 2014년은 긴 연대기 위에 더해진 중요한 한 층이다.
읍성과 성지는 서로 다른 사건의 장소이다
교황 방문을 이해하려면 해미읍성과 해미국제성지를 하나로 뭉뚱그리지 않아야 한다. 읍성은 신자들이 수감되고 문초받은 관아와 옥사의 장소이며, 성 밖 여숫골은 처형과 매장의 기억을 품은 곳이다. 교황은 이 지역의 순교 기억을 기리고 아시아 청년을 만났으며 관련 기념물이 이후 두 장소에 더해졌다. 방문객은 읍성에서 행사 사진만 찾기보다 옥사와 회화나무의 기록을 읽고, 성지에서 무명 순교자를 위한 추모 공간을 살피며 두 장소의 기능을 구분해야 한다.
국제성지라는 이름을 관광 등급으로 오해하지 않다
해미국제성지는 교황청이 승인한 국제적 순례지로 소개된다. 여기서 ‘국제’는 놀이시설의 규모나 일반 관광지의 별점이 아니라 가톨릭 신앙과 순례의 의미를 가리킨다. 대성당, 기념관, 순교탑과 교황 방문 기념물이 있지만 이들을 빠르게 인증 사진으로 모으는 것이 방문의 목적은 아니다. 종교 용어가 낯선 여행자는 현장 해설을 통해 시복, 순교, 성지의 뜻을 확인하면 좋다. 신앙의 언어를 존중하되 역사적 숫자와 사건은 공식 자료가 확인하는 범위 안에서 이해한다.
대형 행사가 남긴 기억과 오늘의 운영을 구분하다
2014년 행사 당시의 인원, 무대와 통제 동선은 현재의 평상시 관람 조건이 아니다. 교황 방문 사진 속 장면을 기대해 잔디밭이나 성당 내부가 늘 같은 상태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미사와 순례 프로그램, 기념관 개방은 날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방문 전 공식 안내를 확인하고 종교행사가 진행 중이면 관람보다 예식 참여자의 동선을 우선한다. 교황의 방문은 해미를 유명하게 만든 사건이지만, 그 유명세가 주민의 일상과 순교자의 기억을 덮지 않도록 2014년 이전과 이후를 함께 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종교적 의미와 역사 조사는 서로 도울 수 있지만 같은 것은 아니다. 신자는 기도와 성찰을 위해, 일반 여행자는 종교 자유와 지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찾을 수 있다. 어느 경우에도 국제적 명성이 성지를 소란스럽게 사용할 허가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현재도 기능하는 종교공간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더 분명히 인식하고, 공식 자료의 숫자와 현장의 예식 질서를 함께 존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