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땅끝마을은 북위 34도 17분 32초에 위치한, 우리나라 육지의 가장 남쪽 지점이다. 조선시대의 지리 인식은 이미 국토의 남쪽 기점을 이곳 해남현으로, 북쪽 기점을 함경북도 온성부로 지목하고 있었다. 근대에 들어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해남 땅끝에서 서울까지를 천 리, 서울에서 함경북도 온성까지를 2천 리로 계산해, 조선을 "삼천리금수강산"이라 부르는 근거로 삼았다. 하나의 좁은 마을이 수백 년째 국토 전체의 좌표계 역할을 해 온 셈이다.
이렇게 오래전부터 상징적 의미를 지녀 온 자리에, 정작 그 상징성을 눈에 보이는 조형물로 세운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해발 156.2m에 이르는 사자봉 정상에는 하늘을 향해 긴 세모꼴을 이룬 땅끝탑이 1987년 7월 18일 세워졌고, 그 옆에는 횃불을 상징하는 38m 높이의 땅끝전망대가 함께 자리한다. 조선시대의 지리 인식 속에서 이미 "끝"으로 규정됐던 이 땅이,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스스로를 가리키는 탑을 갖게 된 것이다. 지금 이곳을 찾는 이들은 그 탑 아래에서, 길의 끝이 곧 다른 길의 시작이라는 오래된 상징을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