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이화동 여행사진에는 꽃이 피거나 물고기가 헤엄치는 계단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같은 그림을 찾으면 보이지 않는다. 2016년 주민들이 대표 벽화를 회색 페인트로 덮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작품 파괴를 아쉬워했지만, 주민에게 계단은 현관과 집을 연결하는 생활길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이어진 말소리와 발소리, 창문과 대문을 향한 촬영이 일상을 침해했다.
공공장소에서 보인다고 사생활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골목은 법적으로 통행 가능한 길일 수 있지만 양옆의 창문과 마당, 옥상과 현관은 주민의 생활공간이다. 인물의 얼굴이나 집 안이 찍히는 사진, 대문 앞을 장시간 점유하는 촬영은 허락이 필요하다. ‘관광지에 사니 감수해야 한다’는 말은 관광객이 만든 비용을 주민에게만 떠넘긴다.
벽화를 지운 행위도 주민이 장소에 행사한 권리다
작품을 만든 예술가와 사업을 지원한 행정, 이를 좋아한 방문객에게 벽화는 공공자산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집과 계단을 실제로 관리하고 사용하는 사람의 동의가 빠지면 보존은 강요가 된다. 회색으로 덮인 계단을 실패의 흔적으로만 보지 말고, 관광개발 과정에서 뒤늦게 드러난 주민의 거부 의사로 읽는다.
조용히 걷는 것만으로도 관광의 질이 달라진다
여럿이 골목 가운데 서서 설명을 듣지 않고, 블루투스 스피커와 큰 목소리를 삼간다. 대문·창문·빨래·차량번호가 들어간 사진은 피하고, 쓰레기와 음료를 두고 가지 않는다. 카페와 상점이 닫힌 늦은 시간에는 생활 골목으로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 볼거리를 모두 소비하지 않아도 좋은 여행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