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상가에 접근하면 건물이 길을 막은 것처럼 보이지만 차도는 건물 아래로 통과한다. 토지와 도로, 상업시설과 주거를 수직으로 결합한 1960년대 도심 개발의 산물이다. 상층에는 아파트가 있고 상가에는 악기점과 수리점, 공연·영화 공간이 들어섰다. 건물을 하나의 쇼핑몰로만 보면 그 안에 겹친 도로·주거·문화 기능을 놓친다.
대중음악의 확산이 악기 수요를 키웠다
1960년대 이후 밴드 음악과 통기타 문화가 퍼지고 학교·교회·업소의 연주 수요가 늘었다. 악기를 파는 점포와 중고 거래, 조율·수리 기술자가 낙원상가에 모였고 1980~1990년대 대표적인 전문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기타 한 대를 사는 일도 연주 목적, 손 크기, 예산, 앰프와 관리 방법을 함께 상담하는 거래였다.
판매점 뒤에는 수리와 조율의 숙련이 있다
악기는 재료가 마르고 늘어나며 음정과 연주감이 달라진다. 줄을 교체하고 넥과 건반을 조정하며 전기 부품을 수리하는 기술이 판매만큼 중요하다. 오래된 악기를 무조건 폐기하지 않고 다시 연주할 수 있게 만드는 수리점은 음악 생태계의 순환을 담당한다.
영화관과 실버문화는 상가의 또 다른 시간이다
낙원상가에는 허리우드극장이 자리했고, 도심의 대형 극장이 사라진 뒤에도 인근 노년층을 위한 영화 상영과 문화활동이 이어졌다. 악기상가만 보고 건물을 ‘음악인의 성지’로 단순화하지 말고, 주민과 상인, 영화 관객이 서로 다른 시간에 사용하는 복합 공간으로 본다. 매장 안 악기와 수리 작업은 허락 없이 만지거나 촬영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