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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진공원 · 🌳

고려~현재. 왕이 판 연못 곁에, 농민군 지도자가 서 있다

덕진공원의 중심인 덕진연못에는 견훤과 얽힌 전설이 전한다. 견훤이 도읍 전주의 북쪽 기운을 다스리기 위해 늪을 파서 연못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풍수적으로 부족한 지형을 인공 연못으로 보완하려 했다는 설화로, 후백제라는 나라가 자신의 수도를 어떻게 방어하고 다스리려 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이야기다. 실제 연못은 고려 시대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호수였다가, 1978년 도시공원으로 정식 조성됐다.

지금 이 호수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오래전 심은 홍련이다. 매년 7월이면 호수를 뒤덮은 초록 연잎 사이로 진한 분홍빛 연꽃이 피어올라 전주의 대표적인 여름 명소가 된다. 그런데 이 평화로운 연꽃 호수 옆에는 전혀 다른 시대의 기억이 서 있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을 이끈 전봉준 장군의 동상이다. 왕이 도읍을 지키려 판 연못, 그로부터 천 년 가까이 지나 같은 자리 곁에 선 농민군 지도자의 동상 — 지배자의 풍수와 피지배자의 봉기가 같은 호숫가에서 마주 보고 있는 셈이다. 여름날 연꽃 사진을 찍으러 왔다가 이 동상 앞에 멈춰 서면, 덕진공원이 단순한 여름 명소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