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는 해가 지면 단순히 야경이 예뻐지는 동네가 아니다. 필방과 악기 수리점, 귀금속 작업장이 문을 닫는 동안 식당과 공연장, 작은 술집이 문을 연다. 같은 골목의 사용자가 교대한다. 이 변화를 보려면 종각에서 동쪽으로 천천히 걷는 편이 좋다.
오후 5시 30분: 보신각과 피맛길
보신각에서 출발해 누각과 지하철 수준점을 함께 확인한다. 큰길보다 북쪽 뒷골목으로 들어가 피맛길 흔적을 따라간다. 저녁 장사를 준비하는 식당과 퇴근하는 직장인이 겹치는 시간이다. 새 빌딩 안으로 옮겨간 오래된 식당과 남은 좁은 골목을 비교해 보자.
오후 6시 30분: 탑골공원과 인사동
탑골공원은 관람시간과 출입 상황이 계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공식 안내를 먼저 확인한다. 들어갈 수 있다면 팔각정과 십층석탑을 보고, 닫혔다면 외곽을 따라 인사동으로 이동한다. 인사동 메인 거리가 관광객으로 붐빌 때 관훈동 안쪽 골목은 비교적 차분하다. 전시가 끝난 화랑과 문 닫는 필방의 진열창이 낮과 다른 표정을 만든다.
오후 7시 30분: 익선동을 통과해 종묘 담장으로
낙원상가 아래 도로를 지나 익선동으로 들어간다. 카페 줄보다 골목 폭과 지붕선을 보며 북쪽으로 빠져나온 뒤 종묘 서쪽 담장을 따라 걷는다. 종묘 내부 야간 개방은 상시가 아니므로 별도 행사처럼 단정하지 않는다. 담장 밖에서도 도심의 소음이 숲과 벽에 한 번 걸러지는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마지막: 한 번에 다 보지 않아도 된다
이 코스는 맛집을 최대한 많이 찍는 동선이 아니다. 종, 골목, 공원, 상가, 한옥, 왕실 사당이 2km 남짓한 길 안에서 어떻게 교대하는지 보는 산책이다. 종로는 명소 하나보다 그 사이를 걸을 때 더 많은 이야기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