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3가에서 종묘 방향으로 걸으면 전혀 다른 두 전문상권이 이어진다. 낙원상가에는 기타·피아노·관악기와 음향기기 판매점, 수리점이 층층이 모여 있다. 종묘 남쪽 봉익동과 종로4가 일대에는 귀금속 도매점과 세공 작업장이 밀집해 있다. 하나는 소리를, 하나는 빛을 다루지만 둘 다 작은 가게들의 기술과 거래망으로 유지된다.
도로를 건물 아래로 통과시킨 상가
낙원상가는 인구와 차량이 급증하던 1960년대 후반, 율곡로와 종로를 잇는 네 차로 도로 위에 복합건물을 올리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서울시 자료는 1969년 이 건물이 등장했고 1970년 12월 완공됐다고 설명한다. 악기상가뿐 아니라 극장과 볼링장, 아파트가 함께 있던 당시의 복합문화시설이었다. 지금도 건물 아래로 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 건물이 땅 위에 서 있다는 상식이 잠시 흔들린다.
금은 세공업이 모인 이유
서울미래유산 자료에 따르면 종로4가 예지동은 돌과 옥을 다듬는 장인이 모여 ‘석수방골’ 또는 ‘옥방골’이라 불렸다. 한국전쟁 뒤 화신·신신백화점 주변으로 귀금속 상가와 공방이 들어왔고, 1980년경 관련 기술협회가 봉익동으로 옮겨왔다. 1985년 훈정동 재개발 때 상인들이 합류하며 국내 최대 규모의 귀금속 거리로 성장했다.
구경할 때 지켜야 할 것
두 상권 모두 관광객을 위한 전시장이 아니라 실제 주문과 수리가 진행되는 일터다. 작업장을 허락 없이 촬영하지 말고, 악기를 시험하거나 가격을 물을 때는 구매·수리 조건을 먼저 확인하자. 오래된 상권을 존중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레트로한 배경’으로 소비하는 대신 그 기술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