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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 📍

2009년 지정(천연기념물 제500호). 자연이 만든 바위에, 인간의 죄책감이 덧입혀졌다

영산강 물줄기와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에 깎인 바위 두 개가 갓을 쓴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 이 갓바위는 2009년 4월 27일 천연기념물 제500호로 지정된 순수한 자연 지형물이다(이후 '목포 갓바위 풍화혈'로 정식 명칭이 바뀌었다). 지질학적으로는 해식·풍화 작용이 만들어낸 결과물일 뿐이지만, 사람들은 여기에 저마다의 이야기를 덧입혔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이렇다. 병든 아버지를 소금팔이와 머슴살이로 힘겹게 부양하던 한 청년이, 어느 날 품삯을 받아 돌아오니 이미 아버지가 숨을 거둔 뒤였다.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하늘을 보기 부끄러워 갓을 쓴 채 통곡하다 그대로 바위가 됐다는 것이다 — 큰 바위는 아버지 바위, 작은 바위는 아들 바위로 불린다. 이와 비슷한 또 다른 판본에서는, 아버지의 관을 양지바른 곳으로 옮기다 실수로 바다에 빠뜨린 아들이 불효를 자책하며 그 자리를 지키다 함께 죽었다고 전한다. 두 판본과는 결이 다른 세 번째 이야기도 있다 — 진리를 깨달은 도사가 영산강을 건너기 전, 쓰고 있던 삿갓과 지팡이를 이곳에 벗어두고 떠났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검증할 수 없는 구전 설화지만, 흥미로운 점은 같은 자연 지형에 죄책감과 상실감, 혹은 초탈이라는 상반된 인간의 감정이 겹쳐 투영됐다는 사실 자체다. 지금은 바위 주변에 총연장 298m의 해상 보행교가 놓여, 배를 타지 않고도 다리를 건너며 강과 바다가 만나는 풍경과 야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노을 무렵 이곳을 찾으면 바위의 실루엣이 유독 사람의 형상처럼 도드라져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