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의 저녁은 네온사인과 길거리 음식이 가장 화려한 시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미사와 퇴근, 통학과 배달, 공연 준비와 매장 마감이 겹치는 노동시간이다. 명동성당에서 화교 거리, 명동 중앙로, 명동예술극장, 한국은행 앞을 지나 환구단까지 약 1.8킬로미터를 100분 동안 걷는다.
오후 5시 30분: 실내 관람 가능 시간을 먼저 확인한다
명동성당 미사, 명동예술극장 공연,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관람시간은 서로 다르다. 입장할 시설 하나를 먼저 정하고 공식 안내를 확인한다. 예배 중 성당을 전시장처럼 돌거나 공연 시작 직전 극장 로비를 휴게소처럼 사용하지 않는다.
오후 6시 10분: 화교 거리에서는 통학과 업무를 방해하지 않는다
학교와 대사관 주변의 보안 안내를 따르고 출입자를 가까이 촬영하지 않는다. 음식점 앞 대기줄이 골목을 막지 않도록 벽 쪽에 서며 배달 차량과 주민의 통행을 우선한다. 이국적인 간판보다 공동체가 지금도 사용하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먼저 본다.
오후 6시 40분: 중앙로에서 관광 노동을 본다
노점과 매장, 환전소와 숙박업소는 서로 다른 시간표로 움직인다. 시식과 호객을 조롱하거나 노동자의 얼굴을 동의 없이 촬영하지 않는다. 길거리 음식을 먹은 뒤 쓰레기를 가게 주변에 두지 말고 지정 수거함을 확인한다.
오후 7시 10분: 환구단에서 남아 있는 것과 사라진 것을 구분한다
화폐박물관은 폐관 뒤 외관만 보고 횡단보도를 이용해 소공동으로 이동한다. 환구단 통로가 닫혔다면 호텔 내부로 무리하게 들어가지 않고 외부 경계에서 동선을 마친다. 황궁우의 조명만 사진에 담기보다 사라진 원형 제단과 그 자리에 들어선 호텔까지 함께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