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공동은 호텔과 백화점, 대기업 사옥이 모인 정돈된 업무·관광지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선 후기 이곳에는 중국 사신을 맞던 남별궁 등 외교시설이 있었고, 대한제국은 그 자리에 환구단을 조성했다. 일제강점기의 철도호텔을 거쳐 전쟁 뒤에는 작은 상점과 주거, 판잣집도 도심의 빈틈을 채웠다.
1970년대 재개발은 국제도시의 얼굴을 만들려 했다
서울시는 1973년 소공동을 포함한 여러 도심 구역을 재개발 대상으로 지정했다. 1976년 플라자호텔, 1979년 롯데호텔 등 대형 건물이 들어서며 시청 앞과 소공로의 스카이라인이 달라졌다. 국제행사와 외국인 방문객에게 현대화된 수도를 보여주려는 정책 목표도 영향을 미쳤다.
큰 필지와 고층건물은 작은 생활의 흔적을 지웠다
재개발은 도로와 위생, 업무공간을 개선했지만 작은 토지와 임대상점, 저소득 주거를 통합·철거했다. 누구에게는 노후 환경 개선이었고 다른 누구에게는 생활터전과 관계망의 상실이었다. 완공된 호텔의 연도만 기록하면 이전 주민과 상인의 이동을 보지 못한다.
지하상가는 서로 다른 도시를 연결했다
시청·소공동·을지로입구 방향의 지하보행로와 상가는 지하철역, 호텔, 백화점, 업무빌딩을 날씨와 차량 교통을 피해 잇는다. 동시에 지상 골목과 단절되거나 방향을 잃기 쉬운 환경도 만들었다. 지하를 단순한 쇼핑 통로가 아니라 자동차 중심 도심에서 보행을 수용한 또 하나의 도시층으로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