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회현동의 저녁은 모든 장소가 동시에 빛나는 시간이 아니다. 낮 장사를 접는 점포 옆에서 야간 도매상이 문을 열고, 관광객이 빠진 회현동 골목에는 주민의 귀가가 시작된다. 전체 약 2킬로미터, 90분을 잡되 시장과 전시시설의 운영시간은 당일 다시 확인한다.
오후 6시: 숭례문에서 불빛의 경계를 본다
해가 낮아질 때 숭례문 앞에서 출발한다. 관람 구역이 닫혔다면 울타리를 넘거나 문 가까이 접근하지 않고 보행 공간에서 외관을 본다. 성문 뒤 고층건물과 차량 흐름을 한 화면에 담으면 문화유산이 현대도시 바깥에 박제된 것이 아니라 그 한가운데 남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오후 6시 30분: 시장의 교대 시간을 통과한다
남대문시장에서는 닫힌 셔터만 보고 시장이 끝났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업종별로 마감과 개장이 엇갈린다. 식사를 한다면 줄과 통로를 막지 않고, 정리 중인 점포에는 촬영보다 먼저 허락을 구한다. 손수레와 오토바이가 지나갈 수 있도록 벽 쪽으로 걷는다.
오후 7시 10분: 회현동 골목에서는 목소리를 낮춘다
회현역 남쪽 경사로 잠시 들어가 시장과 주거지의 급격한 전환을 느껴본다. 어두운 계단이나 막다른 사유지로 깊이 들어가지 말고 밝은 공공도로를 이용한다. 주택의 창문과 문 안쪽을 촬영하지 않는 것이 이 산책의 가장 중요한 규칙이다.
오후 7시 30분: 서울로7017에서 도시의 단면을 본다
엘리베이터나 연결 계단으로 보행길에 올라 숭례문과 서울역 방향을 번갈아 본다. 발아래에는 철도와 도로, 옆에는 시장과 남산 주거지가 펼쳐진다. 1398년의 성문, 근대의 역과 시장, 1970년의 고가, 2017년의 보행길이 한 시야에 포개지는 곳에서 여정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