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tTrip NOW
← 이 동네 이야기 전체보기

서울이 밀어낸 사람들로 시작된 도시 · 🏛️

서울이 밀어낸 사람들로 시작된 도시

성남을 처음 찾은 여행자는 수정·중원구의 가파른 주택가와 분당의 넓은 대로, 판교의 유리 사옥이 왜 한 도시에 함께 있는지 의아할 수 있다. 그 차이는 취향보다 조성 시기의 차이에서 왔다. 성남은 서울의 팽창과 주택정책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새 땅을 요구할 때마다 다시 설계된 도시다.

1960년대 말, 집보다 사람이 먼저 왔다

서울시는 무허가 주택을 철거하며 주민들을 당시 경기도 광주군의 산지로 옮겼다. 1969년부터 이주가 본격화됐지만 물·도로·교통·일자리는 인구 증가를 따라가지 못했다. 줄을 그어 나눈 땅과 천막에 먼저 사람이 도착했다는 증언은 초기 성남의 출발을 압축한다. 현재의 빽빽한 경사 주거지는 그 맨땅 위에서 주민들이 생활 기반을 만들어 온 결과다.

1990년대 분당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등장했다

분당은 서울 주택난을 완화하기 위해 계획된 1기 신도시다. 아파트 단지, 공원, 상업지, 도로를 미리 배치했고 1990년대 입주가 이어졌다. 원도심의 좁은 골목과 달리 블록이 크고 탄천과 공원이 도시 구조의 중심을 이룬다. ‘낡은 성남’과 ‘좋은 분당’으로 나누면 두 지역이 서로 다른 정책과 비용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놓친다.

판교에서는 주거도시가 업무도시로 바뀐다

2000년대 이후 판교신도시와 판교테크노밸리가 조성되며 성남은 서울로 출근하는 위성도시뿐 아니라 사람들이 일하러 오는 도시가 됐다. 평일 점심의 판교와 주말의 판교가 다른 이유다. 한 도시 안에서 철거민 정착지, 신도시 아파트, 기술기업 사옥이 반세기 간격으로 이어진다.

세 풍경을 한 번에 판단하지 않는다

여행할 때는 산성역·단대오거리 주변 경사, 분당 중앙공원의 보행축, 판교역 업무지구를 지도에서 비교해 보자. 세 곳은 걸어서 한 코스로 묶기보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며 블록 크기와 건물 높이, 공공공간을 비교하는 편이 낫다. 성남의 핵심은 미래도시라는 광고가 아니라, 한국이 도시 문제를 시대마다 누구의 이동과 어떤 설계로 해결하려 했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는 데 있다.

여행자는 행정구역보다 단면을 기억한다

수정구와 중원구를 ‘옛 성남’, 분당과 판교를 ‘새 성남’이라고만 부르면 각 지역 안의 변화가 사라진다. 원도심에도 재개발 아파트와 새 상권이 있고, 분당에도 개발 이전 마을의 집과 묘역이 남아 있다. 판교 역시 주거지·업무지·보존 유적이 한 덩어리가 아니다. 여행자는 도시의 대표 이미지를 찾기보다 서로 다른 시기의 경계가 어디에서 부딪히는지 보는 편이 좋다.

하루 일정이라면 오전에는 경사지 원도심, 오후에는 중앙공원과 판교를 대중교통으로 이동해 비교한다. 이동시간 자체도 도시의 규모를 보여준다. 표고와 블록 크기, 역에서 주거지까지의 경사, 공원의 폭을 메모하면 통계 없이도 정책의 차이가 몸으로 느껴진다. 성남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느 한쪽을 더 진짜라고 고르는 일이 아니라 세 번의 도시 건설이 현재 주민의 일상에서 어떻게 연결되고 단절되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