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동 카페거리는 흔히 ‘유럽풍 거리’로 소개된다. 그러나 외국인에게 이 표현은 오히려 모호하다. 이곳의 특징은 유럽을 닮았다는 장식보다 주상복합 건물 1층의 상점이 넓은 보도와 직접 연결되고, 테라스 좌석이 거리 활동을 만든다는 점이다.
신도시 상가는 왜 실내에서 거리로 나왔을까
초기 분당 상업공간은 대형건물과 실내 상가 중심이었다. 정자동에서는 고층 주거 아래 카페와 음식점이 보도를 향해 문을 열며 산책과 소비를 결합했다. 자동차로 목적지 하나만 방문하기보다 여러 가게 앞을 걷고 머무는 방식이 새로운 상권 이미지가 됐다.
유명 카페 목록은 빨리 낡는다
임대료와 유행이 바뀌며 점포는 계속 교체된다. 오래된 블로그의 ‘꼭 가야 할 10곳’을 현재 사실처럼 제공하지 않는다. 당일 문을 연 가게의 메뉴와 가격, 주문 조건을 확인하고 외부 좌석이 매장 전용인지 공공공간인지 구분한다. 한 점포의 서비스 경험을 거리 전체 평가로 확대하지 않는다.
건물보다 보도의 폭을 본다
거리 양쪽을 걸으며 나무와 벤치, 테라스, 차량 진입부가 사람 흐름을 어떻게 바꾸는지 관찰해 보자. 같은 폭이라도 낮에는 유모차와 업무 미팅, 저녁에는 식사 대기와 배달 차량이 공간을 다르게 사용한다. 보행로를 막고 촬영하거나 매장 손님을 무단으로 찍지 않는다.
서울 카페거리의 복제품이 아니다
정자동의 상권은 분당의 주거 인구와 판교의 업무 인구, 탄천 산책 동선이 만나는 조건에서 성장했다. 서울의 어느 동네와 닮았는지를 찾는 대신 주변 주상복합과 업무지구가 손님을 어떻게 공급하는지 보면 성남만의 맥락이 생긴다. 카페 한 곳을 목적지로 정하되 탄천까지 걸어 보면 소비 공간과 공공 산책로가 연결되는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예쁜 거리’ 다음의 질문
테라스가 활기를 만들지만 휠체어와 유모차의 통행 폭을 줄이거나 흡연·소음을 둘러싼 갈등도 생길 수 있다. 사유 좌석이 공공 보도를 얼마나 차지하는지, 배달 오토바이와 보행자가 어디에서 만나는지 보면 상업적 성공의 비용도 보인다. 겨울과 한여름에는 실외 좌석이 줄어 거리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
외국인 여행자는 ‘카페거리’가 카페만 있는 보행자전용 구역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일반 도로와 주거 출입구, 병원과 음식점도 섞여 있고 차량이 진입한다. 횡단보도를 이용하고 건물 앞에서 장시간 촬영하지 않는다. 주문하지 않고 화장실만 이용할 수 있는지도 매장마다 다르다. 한 잔의 커피 뒤에 보도 설계와 주거 인구, 임대시장까지 보이면 정자동은 소비 목록이 아니라 신도시 상권을 읽는 사례가 된다.
영업시간은 계속 변하므로 특정 점포보다 거리 구조를 중심으로 계획하는 편이 오래 유효하다. 출발 전에는 방문하려는 가게의 당일 영업 여부를 따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