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테크노밸리의 유리 건물에는 게임·플랫폼·바이오·정보기술 기업이 모여 있다. 관광객이 주말에 조용한 거리만 보고 ‘미래도시인데 볼 것이 없다’고 느끼는 이유는 이곳의 중심 기능이 쇼핑이 아니라 업무이기 때문이다.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이 거리를 완전히 바꾼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만든 업무지구
판교테크노밸리는 자연스럽게 기업이 모인 골목이 아니라 경기도가 연구·산업 기능을 유치해 조성한 계획지구다. 넓은 필지와 연결통로, 회의·지원시설이 기업 활동에 맞춰 배치됐다. 입주기업 수와 매출 같은 통계는 기준연도에 따라 변하므로 최신 운영기관 자료를 확인하고 ‘한국의 실리콘밸리’라는 별칭을 사실 수치처럼 쓰지 않는다.
로비 밖에서 기업문화를 읽는다
대부분의 사옥은 관광시설이 아니며 로비 이후 출입에는 승인이 필요하다. 회사 로고와 조형물, 공개된 광장과 상업시설만 관찰하고 직원 화면이나 보안시설을 촬영하지 않는다. 공개 전시나 체험공간이 있더라도 예약과 운영시간을 확인한다. 사유 업무공간과 공공 보행로의 경계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평일 점심과 주말의 온도 차
평일 점심에는 식당과 카페, 횡단보도가 한꺼번에 붐비고 퇴근 뒤에는 역 방향으로 흐름이 바뀐다. 주말에는 문 닫은 상점과 빈 광장이 늘어난다. 이 차이는 실패한 상권의 증거라기보다 주거보다 업무 비중이 큰 도시의 리듬이다. 관광객에게는 혼잡한 점심을 피한 평일 오후가 관찰하기 좋다.
혁신이라는 말 뒤의 노동을 본다
화려한 신제품과 창업 성공담 뒤에는 장시간 노동, 통근, 구내식당과 청소·배송 노동도 있다. 한 기업의 문화가 판교 전체를 대표한다고 일반화하지 않는다. 판교역에서 테크노밸리까지 걸으며 육교와 지하통로, 버스 정류장, 점심 상권을 보면 수많은 노동자를 매일 이동시키는 기반시설이 드러난다. 이곳의 관광 포인트는 사옥 구경이 아니라 기술산업이 어떤 도시 리듬과 공간을 필요로 하는지 읽는 데 있다.
기업 이름보다 거리의 시스템을 본다
입주기업은 합병·이전·사명 변경이 잦다. 특정 회사 목록을 여행 정보로 고정하면 금방 낡는다. 대신 공동 회의시설, 스타트업 지원공간, 점심 상권, 광역버스와 지하철 출구처럼 여러 기업이 공유하는 시스템을 본다. 건물 사이 연결데크와 넓은 교차로가 보행자에게 편한지도 직접 확인한다.
외국인 방문자가 회사를 견학하려면 공개 행사나 사전 신청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한다. 명함을 보여주거나 관광객이라고 말해도 일반 사무실 출입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영어 안내가 부족한 공공시설도 있을 수 있어 행사 페이지를 미리 확인한다. 판교의 이야기를 성공한 창업가로만 채우지 않고 매일 출근하는 수많은 직종과 퇴근 뒤 비는 공간까지 기록하면 기술산업도시의 실제 얼굴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