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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암동·증산동 · 🦅

매바위에서 시루뫼까지 불광천이 흐른다

2화 · 두 동네의 다른 지명이 하나의 생활 물길에서 만난다

응암동과 증산동은 6호선 두 정거장 남짓 떨어져 있고 불광천을 함께 쓴다. 매를 닮은 바위와 시루를 닮은 산에서 온 서로 다른 이름을 알고 걸으면, 평범해 보이던 주거지가 지형과 물을 기억하는 방식이 보인다.

응암동에는 매바위가 있었다

응암동은 매 응(鷹)과 바위 암(岩)을 쓴다. 은평구 지명 자료는 백련산 기슭의 큰 바위가 매가 앉은 모습처럼 보여 매바위라 불렸고, 여기에서 동명이 나왔다고 설명한다. 왕의 일행이 이 일대에서 매사냥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하지만, 구체적인 장소와 장면을 확인된 사건처럼 단정할 수는 없다. 현재의 응암동은 백련산 자락에서 불광천으로 높이가 달라지고 저층 주택과 새 아파트, 생활시장이 이어진다. 평면 지도에서는 가까운 길도 실제로는 오르막이 가를 수 있다. 옛 포수마을 이야기와 겨울에 파를 키워 장안에 팔았다는 기록은 이곳이 사냥 전승만이 아니라 농업과 거래의 생활권이었다는 사실을 함께 보여준다.

증산동은 시루뫼였다

증산동의 옛 이름은 시루뫼이다. 마을 뒤 산이 시루를 엎어 놓은 모양과 닮았다는 설명과, 장마 뒤 고인 물이 시루 구멍으로 빠지듯 빠졌다는 설명이 함께 전한다. 처음에는 시루 증(甑)을 썼지만 재물이 빠져나간다는 믿음 때문에 주민이 글자를 바꾸어 비단 증(繒)을 쓰게 됐다는 이야기도 은평구 자료에 남아 있다. 이 역시 모든 세부가 실증된 행정 기록이라기보다 지명을 둘러싼 지역 전승으로 읽는 편이 안전하다. 현재 증산동은 수색로와 증산로, 6호선 증산역을 중심으로 움직이며 수색·디지털미디어시티와 마포·서대문 생활권으로 길이 열린다. 옛 산의 비유와 현대 교통의 방향이 한 동네에 겹친다.

불광천에서는 경계가 작아진다

불광천은 북한산 비봉 쪽에서 시작해 불광동과 역촌동, 응암동, 증산동, 북가좌동과 성산동을 지나 홍제천으로 합류한다. 응암동과 증산동만의 하천이 아니라 여러 동네가 같은 속도로 걷는 생활 통로이다. 응암역 쪽에서 새절역을 거쳐 증산역 방향으로 이동해도 행정동 경계가 크게 드러나는 장면은 드물다. 운동기구와 벤치, 낮은 다리, 자전거와 산책하는 사람이 반복된다. 봄꽃이나 조명 행사는 계절과 운영에 따라 달라지므로 언제나 볼 수 있다고 약속하지 않는다.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의 구역을 지키고, 많은 비가 내리거나 하천 출입 통제가 있으면 낮은 산책로로 내려가지 않는다.

두 정거장을 천천히 읽는다

가장 빠른 이동은 6호선이지만 두 동네의 관계를 알고 싶다면 공개된 불광천 산책로의 일부를 걸어볼 수 있다. 응암동 쪽에서는 백련산의 높이가 뒤를 받치고, 증산동 쪽으로 내려가면 수색과 상암의 도시 풍경이 가까워진다. 전 구간을 완주할 필요는 없다. 다리 하나를 건너 대림시장이나 증산종합시장 같은 생활 골목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천변으로 돌아오는 정도도 충분하다. 시장은 주민이 식재료와 생활용품을 사는 곳이므로 특정 점포의 영업을 보장하지 않고, 사람을 허락 없이 가까이 촬영하지 않는다. 매바위와 시루뫼의 정확한 모양을 찾아 증명하려 하기보다, 서로 다른 이름 사이로 지금도 흐르는 물길을 보는 것이 이 여행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