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증도는 완도 청산도, 담양 창평면, 장흥 유치면과 함께 국제슬로시티연맹의 인증을 받았다. 이들은 아시아 최초 인증 지역으로 소개되지만, 증도가 네 곳 가운데 유일한 섬이라는 기존 문장은 잘못이다. 청산도 역시 섬이다. 슬로시티 인증은 관광 속도만을 뜻하지 않고 지역 환경과 문화,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평가하는 제도다.
증도가 이 인증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태평염전의 광활한 소금밭과 갯벌, 그리고 이를 둘러싼 습지 생태계가 있었다. 3번 이야기에서 다룬 피난민들의 소금밭이, 50여 년이 지나 이번에는 '느림'이라는 가치를 상징하는 국제적 인증의 근거가 된 셈이다. 생존을 위한 노동의 산물이 삶의 방식 자체를 보여주는 자산으로 재해석됐다는 점에서, 이 두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정확한 인증일은 2007년 12월 1일로 확인된다. 당시 한국의 네 지역이 함께 인증됐으므로 증도 하나만 ‘아시아 최초’라고 쓰면 공동 인증의 맥락을 잃는다. 또한 인증은 영구 훈장이 아니라 회원 도시가 정책과 기준을 계속 관리하는 제도다. 현재 회원 상태나 재인증 여부는 국제연맹 또는 한국슬로시티본부의 최신 자료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
슬로시티는 단순히 천천히 걷거나 오래 머무르는 관광 상품이 아니다. 지역 먹거리와 생산, 환경 보전, 주민 참여, 이동과 경관 관리처럼 일상 정책을 함께 보는 틀이다. 태평염전과 갯벌은 중요한 자원이지만 그것만으로 인증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다. ‘느림’이라는 말이 주민의 교통 불편이나 서비스 부족을 낭만화하지 않도록, 보전의 이익과 생활 조건을 따로 살핀다.
2010년 증도대교 개통 뒤 차량 접근이 쉬워지면서 슬로시티의 보전 목표와 방문 압력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신안군의 과거 민원 답변도 차량과 관광객 증가를 섬 정체성 관리의 이유로 들었다. 다만 최신 교통량 없이 현재도 같은 규모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대표 좌표는 면사무소 중심이 아니라 슬로시티의 생산·경관 맥락을 읽을 수 있는 태평염전 관람 지점으로 둔다.
증도의 갯벌과 염전, 해송 숲은 서로 떨어진 배경 사진이 아니라 물과 바람, 노동과 정주가 연결된 경관이다. 갯벌 생태를 보호한다는 설명이 염전 생산이나 관광 개발의 모든 영향을 자동으로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사람이 만든 염전이라는 이유만으로 생태적 가치가 없다고 볼 수도 없다. 자연 과정과 인공 수리시설, 생업과 보전 정책이 겹치는 장소라는 점이 이 편의 고유한 각도다. 여행자는 지정 탐방로와 조수 시간을 지키고 갯벌 작업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인증 표지판은 방문 시점의 제도 상태를 확인하는 출발점일 뿐 섬 전체를 놀이공원처럼 개방한다는 허가가 아니다. 농경지와 작업장, 주거지는 관광 동선과 구분해 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