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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동·창덕궁 · 🧱

좁은 골목을 닮은 현대건축은 한국 건축문화의 생산기지가 되었다 — 공간사옥

창덕궁 돈화문 가까이의 공간사옥은 높고 넓은 사무용 빌딩과 다르다. 검은 벽돌 벽 사이로 작은 창과 계단, 높이가 다른 방과 통로가 이어져 원서동 골목을 건물 안에 압축한 듯하다. 건축가 김수근과 공간그룹의 사무실이었던 이곳은 설계 업무뿐 아니라 건축·미술·공연 담론을 생산한 문화 네트워크의 거점이었다.

작은 대지의 제약이 복잡한 내부를 만들었다

건물은 창덕궁 주변의 낮은 경관과 좁은 필지에 대응하며 여러 층을 잘게 나누었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시야가 열리고 닫히고, 중정과 창을 통해 서로 다른 공간이 비친다. 효율적인 평면보다 몸으로 이동하며 공간을 발견하는 경험을 강조한다.

잡지와 소극장은 건축을 다른 예술과 연결했다

월간 『공간』은 건축뿐 아니라 미술·전통예술·공연을 소개했고, 공간사랑을 비롯한 활동은 실험적 공연의 무대가 됐다. 사옥은 스타 건축가 한 사람의 작품인 동시에 편집자, 설계자, 예술가와 기술자가 협업한 일터였다. 김수근 개인의 천재성만 강조하면 그 집단적 생산을 놓친다.

보존과 상업적 재사용 사이에서 건물의 의미를 읽는다

공간그룹이 건물을 떠난 뒤 소유와 용도가 바뀌고 전시공간으로 재사용됐다. 현재 공개 범위와 운영시간은 전시시설의 안내를 확인해야 한다. 내부가 공개돼도 좁은 계단과 난간에서 촬영을 위해 멈추지 않으며, 건축의 원래 업무 공간과 후대에 추가된 시설을 구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