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갑사에 세워진 도선국사·수미선사비는 귀부(거북 모양의 받침돌)와 비신(비석 몸체), 이수(용을 새긴 지붕돌)를 모두 갖춘 517cm 높이의 비석이다. 1636년(인조 14) 건립이 시작돼 1653년(효종 4) 완성되기까지 무려 1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 비석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일반적인 승탑비와 달리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의 이름을 함께 새겼다는 사실이다. 통일신라 말의 도선국사(827~898)와 조선시대의 수미선사, 두 인물 사이에는 약 800년에 가까운 시간적 간극이 있다. 비문의 내용은 주로 도선국사의 행적을 중심으로 서술돼 있지만, 그 뒤를 이어 수미선사가 도갑사를 중창한 사실도 함께 담고 있다. 창건자와, 그로부터 수백 년 뒤 그 절을 다시 일으킨 중창자를 한 비석에 나란히 새긴 이 방식은, 한 사찰의 역사가 어떻게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지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비석은 2004년 1월 26일 대한민국 보물 제1395호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