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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밭 위 신도시는 직선만으로 살 수 없었다 · 🌿

논밭 위 신도시는 직선만으로 살 수 없었다

범계역이나 평촌역에서 나오면 넓은 시민대로, 높은 아파트와 업무 건물, 중앙공원이 질서 있게 배치돼 있다. 오래된 안양역 주변과 비교하면 계획도시의 문법이 선명하다. 평촌은 자연스럽게 커진 동네가 아니라 수도권 주택 부족과 인구 분산을 해결하려 만든 1기 신도시다.

계획도는 생활의 시작일 뿐이다

토지 이용과 도로, 학교·공원 위치는 미리 정했지만 상점의 성패, 통학 습관과 주민 관계까지 설계할 수는 없었다. 입주 시기마다 교통과 학교·편의시설의 완성 속도가 달랐다. 신도시를 완벽하게 완성된 날이 있는 상품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넓은 도로는 효율과 단절을 함께 만든다

자동차와 버스 이동에는 유리하지만 큰 교차로와 긴 신호는 보행자에게 장벽이다. 지하철역과 상가, 공원이 가까워 보여도 횡단 시간과 지하 통로를 포함해야 한다. 휠체어·유아차 이용자는 엘리베이터 위치까지 확인해야 한다.

첫 세대 신도시도 노후 도시가 됐다

30년 이상 지나며 배관·주차·에너지 성능과 아파트 재건축·리모델링 문제가 커졌다. 나무와 생활망이 자란 장점도 있다. 새로 짓는 것만을 개선으로 보거나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실패라 평가하지 않는다. 정비 비용과 이주 부담은 소유자·세입자·상인에게 다르게 돌아간다.

중앙공원에서 시민대로와 주거 블록을 연결해 걸으면 계획의 크기를 읽을 수 있다. 아파트 내부는 사적 공간이므로 무단 출입·촬영하지 않는다. 외국인에게 평촌은 ‘새 도시’라기보다 aging first-generation new town으로 설명하는 편이 정확하다. 도시의 흥미는 직선 도로가 아니라 계획이 주민의 생활과 노후화를 만나 계속 수정되는 과정에 있다.

평촌중앙공원과 시청, 범계 상권을 잇는 길에서는 업무·행정·여가가 한 계획축에 놓인 방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대형 블록 내부와 외곽 골목의 연결은 장소마다 다르다. 신도시의 높은 아파트를 서울의 베드타운이라는 말로만 설명하면 안양 안에서 일하고 배우는 사람을 지운다. 반대로 업무지구가 있다는 이유로 통근 의존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재건축·리모델링 계획은 단지별 단계가 달라 발표와 착공을 구분한다. 주민의 사적 생활공간을 관광 전망대로 취급하지 않고 공개 공원과 도로에서 건물 간격, 나무의 성장과 상가 변화를 관찰한다.

평촌의 계획을 보려면 랜드마크보다 블록 사이의 거리와 학교·공원 배치를 보는 편이 낫다. 일상의 편리함과 큰 도로의 불편이 같은 설계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