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사진에서 자주 만나는 판전과 미륵대불은 모두 절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같은 시대의 유산이 아니다. 판전은 1856년에 세워져 경판을 보관해 온 조선 후기 전각이고, 미륵대불은 1986년 조성을 시작해 1996년 완성한 현대의 불상이다. 두 장소 사이를 걷는 일은 봉은사의 서로 다른 시간을 건너는 일이다.
판전은 보관과 예불을 함께 맡는다
판전에는 화엄경 관련 경판 등 목판이 보관돼 있다. 건물 정면의 ‘판전’ 편액은 추사 김정희가 말년에 쓴 글씨로 전한다. 경판은 관람용 소품이 아니라 온도와 습도, 화재로부터 지켜야 하는 기록유산이므로 내부 공개 여부는 사찰의 보존·법회 일정에 따른다.
미륵대불은 현대 봉은사의 역사다
미륵대불은 전통시대부터 그 자리에 있던 유물이 아니다. 20세기 후반에 조성한 신앙 공간이며 주변의 고층건물과 함께 오늘의 봉은사를 대표하는 경관이 됐다. ‘오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치를 낮출 필요도, 반대로 고대 유물처럼 소개할 필요도 없다. 언제 왜 세워졌는지를 밝혀야 의미가 정확해진다.
사진보다 시간차를 남길 것
판전에서는 현판과 창호를, 미륵대불 앞에서는 불상과 삼성동 스카이라인의 관계를 살펴보자. 두 장면을 나란히 기록하면 봉은사가 옛 건축을 보존하는 동시에 현대의 종교 활동으로 계속 변화해 온 장소라는 점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