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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코엑스 · 🗿

판전과 미륵대불은 같은 시대의 유산이 아니다

봉은사의 대표 장면 두 곳은 약 140년의 시간차를 둔다. 오래된 전각과 현대의 신앙 공간을 한데 묶지 않고 읽어본다.

봉은사 사진에서 자주 만나는 판전과 미륵대불은 모두 절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같은 시대의 유산이 아니다. 판전은 1856년에 세워져 경판을 보관해 온 조선 후기 전각이고, 미륵대불은 1986년 조성을 시작해 1996년 완성한 현대의 불상이다. 두 장소 사이를 걷는 일은 봉은사의 서로 다른 시간을 건너는 일이다.

판전은 보관과 예불을 함께 맡는다

판전에는 화엄경 관련 경판 등 목판이 보관돼 있다. 건물 정면의 ‘판전’ 편액은 추사 김정희가 말년에 쓴 글씨로 전한다. 경판은 관람용 소품이 아니라 온도와 습도, 화재로부터 지켜야 하는 기록유산이므로 내부 공개 여부는 사찰의 보존·법회 일정에 따른다.

미륵대불은 현대 봉은사의 역사다

미륵대불은 전통시대부터 그 자리에 있던 유물이 아니다. 20세기 후반에 조성한 신앙 공간이며 주변의 고층건물과 함께 오늘의 봉은사를 대표하는 경관이 됐다. ‘오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치를 낮출 필요도, 반대로 고대 유물처럼 소개할 필요도 없다. 언제 왜 세워졌는지를 밝혀야 의미가 정확해진다.

사진보다 시간차를 남길 것

판전에서는 현판과 창호를, 미륵대불 앞에서는 불상과 삼성동 스카이라인의 관계를 살펴보자. 두 장면을 나란히 기록하면 봉은사가 옛 건축을 보존하는 동시에 현대의 종교 활동으로 계속 변화해 온 장소라는 점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