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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코엑스 · 🌆

봉은사 앞마당은 승려 시험장에서 전시장으로 바뀌었다

조선시대 승려들이 시험을 치렀다고 전하는 들판 자리에 오늘은 전시장과 무역센터가 서 있다.

봉은사와 코엑스 사이 영동대로를 건너면 단지 ‘전통과 현대의 대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조선 명종 때 봉은사를 중심으로 승려 선발 시험인 승과가 다시 시행됐고, 절 앞의 넓은 들판은 승과평 또는 중의벌로 불렸다. 오늘의 코엑스 일대가 그 장소로 알려져 있다.

1552년 승과가 다시 열리다

문정왕후의 지원을 받은 보우는 1552년 폐지됐던 승과를 부활시켰고 봉은사 앞에서 시험을 시행했다. 숭유억불을 조선 전체의 변하지 않는 원칙으로만 이해하면 이 짧은 부흥기를 놓치게 된다. 승과를 통해 배출된 승려 가운데 서산대사 휴정과 사명대사 유정처럼 이후 불교사에 큰 영향을 남긴 인물도 있다.

들판의 흔적은 표지석으로 남았다

전시장과 도로가 들어서면서 시험장이던 넓은 공간의 지형은 거의 읽기 어려워졌다. 봉은사와 코엑스 북문 사이에 놓인 승과평 표지석이 장소의 기억을 잇는다. 표지석은 시험장의 정확한 경계 전체를 보여주는 유적이 아니라, 사라진 공간을 오늘의 좌표에 연결하는 안내물이다.

길을 건너는 5분이 470년을 잇는다

봉은사에서 예불 공간을 본 뒤 표지석을 찾아보고 코엑스 전시장 로비로 들어가 보자. 사람과 지식, 물품을 선발하고 교환하는 장소라는 기능은 전혀 다른 제도 안에서 되풀이된다. 이 연결을 알고 걸으면 두 건물은 서로 등을 진 풍경이 아니라 같은 땅의 다른 시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