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tTrip NOW
← 이 동네 이야기 전체보기

보성소리와 정응민 · 🏛️

20세기 전반(추정). 소리가 탁해지는 게 안타까워 고향으로 돌아온 한 소리꾼이, 지명 자체를 판소리 유파의 이름으로 만들었다

명창 정응민은 서편제 시조 박유전의 소리를 이어받은 큰아버지 정재근에게 배웠다. 그러나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판소리 소리 자체가 점차 탁해져 가는 세태를 안타깝게 여겼고, 결국 고향인 보성군 회천면으로 돌아오는 선택을 했다. 화려한 무대와 명성을 뒤로하고 고향에 은거하며 오직 소리에만 전념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 정응민은 제자들을 받아들여 소리를 가르쳤고, 여러 스승으로부터 배운 서편제와 동편제의 소리를 자신의 방식으로 집대성해 하나의 독자적인 유파를 이뤄냈다. 이 유파는 그가 정착한 지역의 이름을 따 "보성소리"라 불리게 됐다. 성우향, 조상현, 성창순을 비롯한 훗날의 명창들이 이 보성소리의 맥을 이어받아 지금까지 전승하고 있다. 한 소리꾼이 세태를 등지고 낙향한 개인적인 선택이, 결과적으로 지명 자체를 하나의 판소리 유파 이름으로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