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구"는 이야기의 부산말이다. 초량 이바구길은 그 이름 그대로 — 골목의 기억을 이야기로 엮어 길로 만든 시도다.
1927년의 병원, 오늘의 카페
길의 초입, 부산역 뒤편 골목에 붉은 벽돌의 옛 백제병원이 서 있다. 1927년 지어진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병원 건물로, 등록문화재다 사실. 병원이 문을 닫은 뒤 중국요릿집, 장교 숙소 등으로 쓰임을 바꿔 가며 철거를 피해 살아남았고 사실, 지금은 옛 벽돌과 목조 골조를 그대로 드러낸 카페로 쓰인다 사실(운영 시간·상황은 방문 전 확인 미확인). 쇼디치의 위그노 예배당이 모스크가 되었듯(런던 시리즈 3화), 초량의 병원은 카페가 됐다 — 건물의 쓰임이 바뀌며 살아남는 방식은 도시마다 닮아 있다.
담장이 갤러리가 되는 길
백제병원을 지나면 담장갤러리 구간이다. 골목 담벼락에 옛 초량의 사진과 이야기가 붙어 있어, 걷는 속도 그대로 동네의 기억을 읽게 된다 사실. 168계단(3화)을 오르면 김민부 전망대 — 부산항이 한눈에 열리는 자리이자, 이바구길의 절정이다 사실. 이 길의 미덕은 화려함이 아니라 정직함이다: 무엇을 새로 지은 것이 아니라, 있던 것에 이야기를 붙였을 뿐이라는 것 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