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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필동 · 🏘️

종이 한 장은 여러 가게를 지나 완성된다

인현동 인쇄골목에서는 완성된 책보다 제작의 중간 단계가 먼저 보인다. 종이 묶음, 잉크 통, 재단된 인쇄물과 제본 전의 낱장이 손수레에 실려 골목을 이동한다. 한 업체가 모든 것을 하는 대신 디자인·출력·인쇄·코팅·박·재단·제본 업체가 일을 나눈다.

도심의 밀집이 짧은 납기를 가능하게 했다

고객이 시안을 고치면 가까운 출력소에서 교정하고, 인쇄 뒤 바로 옆 업체에 후가공을 맡길 수 있었다. 문제가 생겨도 얼굴을 맞대고 조정했다. 영화 포스터와 전단, 기업 홍보물, 출판물이 빠르게 완성된 배경에는 이 촘촘한 협업이 있었다.

장교동 재개발과 함께 업체가 모여들었다

서울의 인쇄업체는 일제강점기 경성부청과 도심 주변에 모이기 시작했다. 특히 1970년대 장교동 재개발로 기존 업체들이 인현동으로 이동하면서 골목은 주요 인쇄 중심지로 성장했다. 1980~1990년대 광고와 출판 수요가 커지며 전성기를 맞았다.

디지털 전환 뒤에도 골목의 역할은 남았다

1997년 외환위기, 파주출판도시 조성, 디지털 인쇄와 온라인 주문은 도심 인쇄업에 큰 변화를 줬다. 대량 작업은 줄거나 외곽으로 옮겨갔지만 빠른 상담과 소량 다품종, 특수 후가공은 여전히 밀집의 장점을 활용한다. 통로의 적재물과 차량은 구경거리가 아니라 작업 과정이므로 길을 비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