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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영정과 정철 · 🏛️

1560년(조선 명종 15년). 다른 사람을 위해 지어진 정자가, 정작 그 정자를 빌려 쓴 후배 문인의 대표작을 낳았다

식영정은 김성원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임억령이라는 인물을 위해 지어준 정자였다. 1560년(명종 15) 세워진 이 정자는 오래된 소나무숲에 둘러싸여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런데 이 정자를 가장 즐겨 찾고 가장 잘 활용한 것은 정작 정자를 지어준 사람도, 정자의 원래 주인공도 아닌 정철이었다.

정철은 식영정과 성산 일대를 드나들며 「성산별곡」을 지었고, 식영정은 송강 문학의 주요 현장으로 평가된다. 「식영정이십영」은 임억령·김성원·고경명·정철 네 사람이 식영정 주변 경관을 읊은 연작이므로 정철 한 사람의 작품처럼 소개해서는 안 된다. 김성원이 임억령을 위해 세운 정자와 이곳을 오간 문인들의 공동 창작은 담양의 정자 문화와 가사문학이 인물들의 교유망 속에서 형성됐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