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말인 1380년, 왜구 500척이 군산 앞바다인 진포에 정박해 있었다. 이때 고려의 장수 최무선이 자신이 개발한 화포와 화통을 실은 전함 100척을 이끌고 나타나 정박해 있던 왜구 함선을 전부 불태웠다 — 이것이 진포대첩이다. 화약 무기를 배에 실어 벌인 해전으로는 세계 최초로 꼽히는 전투로, 흔히 서양 최초의 함포해전으로 소개되는 레판토 해전(1571년)보다 약 200년 앞선다.
배의 수만 놓고 보면 왜구가 다섯 배 가까이 많았지만, 결과는 일방적이었다. 정박해 있던 배들은 도망칠 틈도 없이 그 자리에서 불탔고, 이는 화약 무기가 병력 수의 열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실전으로 증명한 사건이었다. 지금 진포해양테마공원에는 당시의 해전을 기념하는 조형물과 군함 몇 척이 전시돼 있어, 놀이공원처럼 보이기 쉽다. 하지만 이 자리가 유럽의 화약 해전사보다 두 세기나 앞선 전투의 현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눈앞의 조형물들이 다르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