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파호수공원의 중심인 이 저수지는 조선시대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오래된 인공 저수지 '미제저수지'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도 이 저수지가 표기돼 있을 만큼 역사가 깊다. 하지만 정작 지금 우리가 부르는 '은파'라는 이름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 1975년, 이곳을 유원지로 개발한 사업자가 자기 아버지의 호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수백 년 된 저수지에 반세기도 안 된 이름이 붙어 있다는 사실은, 지명이라는 것이 얼마나 여러 겹의 시간으로 이뤄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지금 은파호수공원은 총연장 370m에 이르는 용 모양의 물빛다리로 특히 유명하다. 밤이 되면 다리 전체에 조명이 들어와 수면 위로 반사되는 야경이 군산의 대표적인 포토스팟으로 꼽힌다. 화려한 야경 사진을 찍기 전에, 이 물이 조선시대 이전부터 고여 있던 저수지라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풍경이 조금 더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