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 윤선도(1587~1671)는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문신으로, 1628년(인조 6) 별시문과의 초시에 장원 급제한 뒤 봉림대군, 훗날의 효종의 사부가 됐다. 봉림대군이 왕위에 오른 뒤, 자신의 스승이었던 고산에게 경기도 수원에 있던 집 한 채를 하사했다. 윤선도는 1668년(현종 9) 이 집을 지금의 해남 자리로 옮겨왔고, 이것이 오늘날의 녹우당이다.
덕음산을 뒤로 한 이 자리는 우리나라 최고의 명당 가운데 하나로도 알려져 있다. 집 뒤편에는 비자나무숲이 있는데, 이 숲에 바람이 불면 마치 봄비가 내리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녹우당(綠雨堂)"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500여 년 전통을 이어온 해남 윤씨 어초은파 종가인 이곳의 고산유물전시관에는 이 집안에 전해 내려온 유물 4,6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그중에는 고산의 육필은 물론, 그의 증손인 윤두서가 그린 자화상(국보 제240호)도 포함돼 있다. 임금이 스승에게 건넨 집 한 채가, 세 세대를 거치며 국보급 유산을 품은 종가로 자라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