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능주 지역은 본래 백제의 이릉부리군이라 불렸다. 신라 경덕왕 때 능성군(綾城郡)으로 개명했고, 고려 초기에는 나주에 속해 있다가 인종 21년(1143) 독립된 현으로 승격됐다. 이렇게 몇 차례 이름과 지위가 바뀌는 동안, 이 지역은 비교적 평범한 지방 행정단위로 존재했다.
그런데 1632년(인조 10), 이 지역의 위상이 갑작스레 높아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인조의 모후인 인헌왕후 구씨의 관향, 즉 본관이 바로 이곳 능성현이라는 이유로, 능성현은 능주로 개칭되며 한 단계 높은 행정단위인 목으로 승격된 것이다. 왕실과의 혈연적 인연이 한 고을의 지위를 단숨에 끌어올린 사례였다. 그러나 이 위상은 영원하지 않았다. 훗날 동복군을 편입하며 행정구역 자체는 넓어졌지만, 통합된 행정구역의 이름을 화순군으로 정하면서 "능주목"이라는 이름은 공식 지명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왕의 어머니 덕에 승격됐던 이름이, 지금은 화순군 안의 한 면 이름으로만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