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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쌍릉 · ⛰️

백제 말기. 미륵사지의 '반박된 사랑 이야기'가, 무덤 앞에서는 아직 진행형이다

익산 쌍릉은 남북으로 나란히 놓인 두 개의 무덤이다. 봉분과 돌방이 큰 북쪽 무덤을 대왕릉, 작은 남쪽 무덤을 소왕릉이라 부른다. 두 무덤 모두 백제 후기 양식의 굴식돌방무덤으로, 오랫동안 무왕과 그 왕비(전설상의 선화공주)의 능으로 추정돼 왔다. 1963년 사적 제87호로 지정될 당시부터 이런 통념이 자리 잡고 있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된 발굴조사는 대왕릉의 주인이 백제 제30대 무왕일 가능성을 한층 뒷받침하는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앞서 미륵사지 항목에서 다뤘듯, 2009년 사리봉영기로 적어도 미륵사 창건 당시(639년) 무왕의 왕비는 좌평 사택적덕의 딸이었음이 확인됐다. 다만 선화공주의 실재 여부와 왕비였는지는 학계에서 여전히 논쟁 중이다. 그렇다면 소왕릉에 묻힌 여성은 누구인가 — 이 질문은 아직 명확히 풀리지 않았다. 미륵사지에서 절 자신의 유물이 오래된 사랑 이야기를 반박했다면, 쌍릉 앞에서는 그 반박 이후의 물음표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조용한 야산 자락에 놓인 이 두 봉분은, 화려한 전설과 차가운 고고학적 증거 사이에서 아직 결론 내리지 못한 익산의 백제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