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tTrip NOW
← 이 동네 이야기 전체보기

인사동·익선동 · 🏛️

탑골공원에는 조선의 절터와 근대 공원, 독립운동의 기억이 겹쳐 있다 — 원각사와 파고다공원

탑골공원의 ‘탑’은 3·1운동 기념탑이 아니라 조선 세조 때 원각사에 세운 십층석탑을 가리킨다. 원각사는 불교를 후원한 세조 시기에 도성 한가운데 세워졌지만 연산군·중종대를 거치며 사찰 기능을 잃었다. 절은 사라졌어도 대리석 십층석탑과 대원각사비가 남아 장소의 더 오래된 시간을 전한다.

근대 공원은 폐사된 절터를 새로운 공공공간으로 바꾸었다

대한제국기 이 일대가 공원으로 정비되고 팔각정이 세워지면서 파고다공원이라 불렸다. 누구나 같은 방식으로 자유롭게 이용한 오늘날의 시민공원과 완전히 같지는 않았지만, 도심에 녹지와 산책·집회 공간을 만든 변화였다. 원각사터 위에 근대 공원이 놓였다는 사실은 한 시대의 기능이 사라진 자리를 다음 시대가 다시 사용한 사례다.

3·1운동 기념물은 해방 뒤의 기억 방식도 보여준다

공원에는 팔각정과 독립선언서 기념비, 3·1운동 부조 등이 있다. 모두 1919년 당일의 원형 그대로 남은 물건은 아니다. 사건 이후 기념과 교육을 위해 추가된 시설을 구분하면, 독립운동 자체뿐 아니라 해방 뒤 사회가 그날을 어떻게 기억하고 시각화했는지도 읽을 수 있다.

오늘의 공원 이용자를 관광 풍경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탑골공원과 종로3가 일대는 오랫동안 노년층이 친구를 만나고 정보를 나누는 생활공간이었다. 특정 연령층이 많이 모이는 모습을 낙후나 기이함의 증거처럼 촬영하지 않는다. 문화유산 관람객과 집회 참가자, 쉬러 온 시민이 한정된 공간을 함께 쓰므로 벤치와 통로를 독점하지 않고 안내와 출입 규정을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