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시 북쪽, 지금의 망제봉 어딘가에 한 여인이 올랐다는 돌이 있었다고 전한다. 행상을 나가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이 밤길에 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하며, 그는 매일 그 돌 위에 올라 남편이 돌아올 길을 바라보았다. 이 마음이 노랫말로 남아 지금까지 전해지는 것이 정읍사다. 백제 시대에 지어졌다고 전하는 이 노래는, 현재까지 온전한 가사가 전하는 유일한 백제 가요로 『악학궤범』에 실려 오늘에 이른다.
한 사람의 걱정과 기다림이 어떻게 1500년을 건너올 수 있었을까. 정읍사가 남다른 것은 왕이나 전쟁이 아니라, 이름조차 전하지 않는 한 여인의 사사로운 마음이 나라의 역사보다 오래 남았다는 사실에 있다. 백제라는 나라는 사라졌지만, 그 나라의 한 여인이 품었던 기다림은 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