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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와 만경대 · 📍

1380년. 새 나라를 예고한 노래, 등을 돌린 충신

오목대는 나지막한 언덕에 지나지 않지만, 이곳에서 있었던 일 하나가 조선의 건국을 12년 앞서 예고했다. 1380년, 이성계는 황산대첩에서 왜구를 크게 물리치고 개선하는 길에 조상의 고향인 전주에 들렀다. 그는 종친들을 오목대로 불러 승전 잔치를 벌였고, 흥에 겨워 한고조 유방이 불렀다는 '대풍가(大風歌)' — 천하를 얻고 부르는 노래 — 를 읊었다. 아직 고려의 장수일 뿐인 사람이 새 나라를 세우겠다는 속내를 처음으로 드러낸 순간이었다.

그 자리에 정몽주도 함께 있었다고 전한다. 정몽주는 이 노래를 듣고 분노를 참지 못해 잔치 자리를 뛰쳐나갔다. 말을 몰아 전주천을 건너던 그는 목이 말라 우물가 아낙에게 물을 청했는데, 아낙이 급히 마시면 체할까 염려해 산딸나무 잎을 띄워 건넸다는 이야기가 함께 전한다. 정몽주는 그 우물을 지나 남고산성 만경대에 올라, 무너져가는 고려에 대한 충심을 담은 우국시 한 편을 남겼다. 지금도 만경대에는 이 시가 새겨져 있다. 같은 날, 같은 잔치에서 한 사람은 새 나라를 예고했고, 한 사람은 옛 나라에 대한 충심을 시로 남겼다 — 두 언덕에 서서 이 이야기를 알고 나면, 전주가 조선 건국사의 배경이 아니라 그 갈림길 자체였다는 사실이 다르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