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전(慶基殿)이라는 이름은 '왕조가 일어난 경사스러운 터'라는 뜻이다.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의 본향이 전주였기에, 태종 10년인 1410년 이곳에 '어용전'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전각이 세워졌고 태조의 어진(초상화)을 봉안했다. 지금 전하는 태조 어진은 국보 제317호로, 그가 새 나라를 세운 왕이라는 뜻에서 청색 곤룡포 차림의 전신상으로 그려졌다 — 후대 왕들의 붉은 곤룡포 초상과 확연히 구분되는 지점이다.
경내의 어진박물관은 국내에 하나뿐인 어진 전문 박물관이다. 진본 태조 어진과 함께 세종·영조·정조·철종·고종·순종 등 여러 왕의 어진을 모사본으로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경기전이 단순히 그림 한 점을 모신 사당이 아니라, 조선 왕실이 자신들의 뿌리를 상징적으로 지키기 위해 지방에 마련한 거점이었다는 사실이다. 임진왜란 때는 실록과 어진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이곳의 유물을 정읍 내장산으로 옮긴 일도 있었다. 지금은 한옥마을 관광의 중심축이자 사진 촬영지로 더 익숙하지만, 그 안에는 나라의 얼굴을 지키려 했던 사람들의 역사가 겹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