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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 🚶

처음이라면 여기부터: 종로 100분 입문 코스

종각역에서 시작해 보신각, 피맛골, 탑골공원, 인사동, 낙원상가까지. 종로를 궁궐 밖 ‘살아 있는 큰길’로 이해하는 가장 짧은 코스.

처음 종로에 왔다면 광화문부터 경복궁까지 큰길만 걷고 돌아가기 쉽다. 하지만 종로의 진짜 성격은 왕이 있던 궁궐보다, 궁궐 밖에서 시간을 듣고 장사하고 끼니를 해결하던 사람들의 길에 더 선명하게 남아 있다. 종각역 4번 출구에서 시작하면 100분 안에 그 층위를 차례로 볼 수 있다.

0~15분: 보신각에서 시간을 듣는다

보신각은 사진 한 장 찍고 지나갈 누각이 아니다. 조선시대 새벽에는 33번 종을 쳐 통금을 풀고 성문을 열었고, 밤에는 28번 쳐 성문을 닫았다. 지금 걸린 종은 1985년에 새로 주조한 것이고, 세조 때 만든 옛 종은 균열 때문에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누각 앞 바닥에는 1970년 서울 지하철 1호선 건설의 높이 기준이 된 수준점도 있다. 한 자리에서 조선의 시간과 현대 지하철의 기준이 만난다.

15~40분: 큰길을 버리고 피맛골로

보신각 뒤편으로 들어가 피맛길 흔적을 따라 동쪽으로 걷는다. ‘피마’는 높은 사람의 말을 피한다는 뜻이다. 큰길에서 말을 탄 고관을 만날 때마다 예를 갖추기 번거로웠던 서민들이 뒤편 골목으로 다녔고, 그 길에 국밥집과 선술집이 붙었다. 다만 지금 보는 골목 전체가 조선시대 원형은 아니다. 1974년 지하철 공사와 여러 차례 재개발로 많은 구간이 사라지거나 새 건물 안 통로로 옮겨졌다.

40~70분: 탑골공원에서 두 개의 선언을 구분한다

탑골공원 안에는 조선시대 원각사의 십층석탑과 원각사비가 남아 있다. 1919년 3월 1일에는 학생과 시민이 이곳에 모여 독립선언서를 읽고 거리로 나갔다. 민족대표 33인이 선언식을 연 곳은 탑골공원이 아니라 인근 태화관이었다. 두 장소의 역할을 구분해 기억하면 3·1운동이 지도자 한 무리의 행사가 아니라, 서로 다른 공간에서 동시에 움직인 대중운동이었다는 점이 보인다.

70~100분: 인사동을 가로질러 낙원상가로

탑골공원 북쪽에서 인사동길을 짧게 훑고 낙원상가로 향한다. 기념품점만 보지 말고 골목 안 표구점·필방·고미술점을 살핀다. 마지막은 도로 위에 세운 낙원상가다. 2층 악기점과 수리점 사이를 걸으면 종로가 옛것을 전시하는 동네가 아니라, 오래된 업종이 지금도 주문을 받고 물건을 고치는 동네라는 사실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