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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 🖌️

인사동은 전통을 파는 곳이 아니라 전통 업종을 지키려는 구역이다

기념품점 사이에 남은 필방·표구점·고미술점. 인사동의 핵심은 ‘전통 분위기’가 아니라 어떤 업종을 남길 것인가를 두고 계속 규칙을 고쳐 온 데 있다.

인사동을 걷다 보면 전통 찻집과 공예품점 옆에 화장품점, 프랜차이즈, 캐릭터 상품점이 섞여 있다. 그래서 인사동이 이미 전통을 잃었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이 동네의 역사는 완성된 전통거리를 보존한 이야기가 아니라, 변하는 상업지에서 전통문화 업종이 밀려나지 않도록 계속 규칙을 조정한 과정에 가깝다.

서울의 첫 문화지구

서울시는 2002년 인사동·관훈동·공평동·견지동·낙원동·경운동 일대를 문화지구로 지정했다. 문화예술 진흥과 역사문화 환경 보호를 위해 권장시설과 제한 업종을 관리하는 제도다. 표구, 필방, 고미술, 공예, 화랑 같은 업종은 단순한 관광 장식이 아니라 이 구역이 지키려 한 생태계였다.

건물도 업종도 그대로 얼릴 수는 없다

2026년 서울시는 인사동 지구단위계획을 다시 손봐 한옥 신축과 개보수 규제를 완화하고, 전통문화 업종이 들어서는 건물에는 일부 높이 기준도 조정했다. 보존을 위해 아무것도 못 하게 막는 방식에서, 고쳐 쓰고 투자할 이유를 만드는 방식으로 옮겨간 것이다. 이것이 실제로 전통 업종의 임대료 부담을 줄일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메인 거리에서 한 블록 벗어나기

인사동길 중앙만 왕복하면 기념품 상권만 보인다. 관훈동과 견지동 골목으로 한 블록 들어가 필방의 붓, 표구점의 종이와 족자, 작은 화랑의 전시 일정을 살펴보자. 인사동을 지탱해 온 것은 ‘한국적인 외관’보다 물건을 감정하고, 고치고, 꾸미는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