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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량 · 🚉

부산역 맞은편, 반나절

KTX에서 내려 부산역 광장에 서면, 길 건너 산비탈에 집들이 계단처럼 쌓여 있다. 저 비탈이 초량이다 — 피란민이 계단 위에 세운 도시를 반나절 코스로 소개한다.

KTX에서 내려 부산역 광장에 서면, 바다를 등지고 정면의 산비탈에 집들이 계단처럼 쌓여 있는 풍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저 비탈이 초량이다. 부산을 "바다의 도시"로만 알고 온 여행자에게, 초량은 부산이 사실 "비탈의 도시"이기도 하다는 것을 가장 빨리 가르쳐 주는 동네다.

세로로 읽는 부산

초량의 구조는 수직이다. 맨 아래 부두와 역, 그 위 차이나타운과 시장, 그 위 168계단, 맨 위 산복도로와 전망대 사실. 이 수직의 층은 그대로 시간의 층이기도 하다 — 개항이 아래를 만들었고, 전쟁이 위를 만들었다(2화). 아래에서 위로 걸어 올라가는 것만으로 부산 근현대사를 순서대로 통과하게 되는 셈이다.

왜 반나절, 어떻게 시작하나

부산역이 곧 출발점이라 교통 계획이 필요 없다 사실. 역에서 차이나타운·시장·계단·이바구길·전망대를 잇는 3~4시간 반나절 도보 코스가 잘 맞고 추정, 해질녘 전망대에서 북항 야경으로 마무리하려면 오후에 시작하는 편이 좋다. 오르막과 계단이 많은 동네라는 것 하나만 기억하자 — 이 동네의 문법은 평지가 아니라 경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