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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 · 🛕

통일신라~고려. 불교 개혁 운동의 중심에 있던 절이, 지금은 동백숲으로 더 유명하다

백련사는 통일신라 문성왕 때 승려 무염이 창건했다고 전한다. 이 절이 한국 불교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 것은 고려 희종 때였다. 원묘국사 요세가 이곳에서 불교의 정화를 목표로 "백련결사"라는 신앙 운동을 이끌었는데, 이는 당시 불교계의 세속화와 타락에 반발해 본래의 수행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개혁적 성격의 움직임이었다. 이 백련결사는 이후로도 오랜 기간 이어지며, 여덟 명의 국사를 배출할 만큼 큰 영향력을 갖게 됐다.

이런 무거운 역사적 위상에도 불구하고, 지금 백련사를 찾는 사람들 상당수는 절의 개혁 운동보다 절을 에워싼 동백나무숲을 먼저 떠올린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 붉은 동백꽃이 절 주변을 뒤덮으면 백련사는 종교적 성지라기보다 계절의 명소로 먼저 인식되곤 한다. 한때 불교계의 정화를 이끌었던 결사 운동의 중심지가, 지금은 계절 사진 명소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는 사실은 시간이 한 장소의 의미를 얼마나 다르게 덧씌우는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