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3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선박이 제주도 인근에서 난파하면서 헨드릭 하멜을 포함한 선원들이 조선 땅에 표류하게 됐다. 이들은 이후 조선에 억류된 채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조선을 방문한 청나라 사신에게 몰래 접촉해 본국 송환을 시도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시도가 발각되자 조선 조정에게 이들의 존재는 외교적으로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이 됐다.
결국 조선은 이들을 한양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남쪽, 강진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하멜 일행은 1656년부터 1663년까지, 무려 7년이라는 긴 세월을 전라병영성에 억류된 채 지냈다. 이 기간 하멜은 조선의 풍속과 생활을 가까이서 관찰할 기회를 얻었고, 이는 훗날 그가 네덜란드로 돌아간 뒤 쓴 『하멜 표류기』의 바탕이 됐다. 이 책은 서양에 조선이라는 나라를 처음으로 상세히 알린 기록으로 남았다. 지금 병영성 맞은편에는 이 인연을 기리는 하멜기념관이 세워져 있다. 외교적 골칫거리를 멀리 치워두려던 결정이, 결과적으로 조선을 세계에 알리는 통로를 만든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