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tTrip NOW
← 이 동네 이야기 전체보기

채만식문학관 · 🏛️

1937년, 1948년. 수탈을 고발한 소설가가, 훗날 자신의 부역을 직접 고백했다

채만식은 소설 『탁류』를 통해 일제강점기 군산의 수탈 경제와 그 아래서 몰락해가는 서민의 삶을 정면으로 그려낸 작가다. 그런데 그의 삶 자체는 소설만큼 단순하지 않다. 1938년 채만식은 이른바 '독서회 사건'에 연루돼 투옥되고 고문을 당했다. 이 사건 이후 그는 친일 단체 가입을 강요받았고, 결국 굴복해 조선문인보국회 등 친일 문학 단체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났다면 흔한 훼절의 서사로만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채만식에게는 흔치 않은 다음 장이 있다. 광복 후인 1948년, 그는 『민족의 죄인』이라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친일 행적을 스스로 고백하고 반성했다. 수탈을 고발하는 소설을 쓴 사람이 훗날 그 수탈 체제에 부역했고, 그 부역을 다시 스스로 폭로한 셈이다. 금강변에 정박한 배 모양으로 지어진 채만식문학관은 이런 굴곡진 이력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좋은 이야기만 골라 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문학관은 군산의 다른 어떤 장소보다 정직한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