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지구는 지금 광주에서 가장 번화한 동네 중 하나다. 대형 상업시설과 아파트, 관공서가 밀집해 있어 처음 오는 사람은 이곳이 왜 '상무(尙武)'라는 다소 무거운 이름을 갖고 있는지 짐작하기 어렵다. 이름의 뿌리는 195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승만 대통령이 직접 이름 붙인 육군 교육시설 '상무대'가 이 자리에 들어섰고, 이후 42년간 보병학교·포병학교·화학학교가 이곳에서 초급 장교들을 길러냈다. 그리고 1980년 5월, 상무대는 신군부의 지휘본부가 됐다. 시위를 진압한 계엄군의 작전이 이곳에서 지휘됐을 뿐 아니라, 붙잡힌 시민들이 끌려가 고문을 당한 장소이기도 했다.
상무대는 1994년 전남 장성으로 이전했고, 그 부지에는 1996년 착공해 1998년 완공한 5·18기념공원이 들어섰다. 시민군 조각상과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 오월루, 자유관(박물관)이 들어선 이 공원은 이제 상무지구 번화가 한복판에서 조용히 추모의 시간을 지키고 있다. 흥미로운 지점은 따로 있다. 가해의 역사를 지우기 위해 상무대는 옮겨 갔지만, '상무'라는 지명 자체는 도로명과 학교명 등 지역 곳곳에 그대로 남아 지금도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지역 언론도 이를 두고 "지우지 못한 가해자의 언어"라는 표현으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쇼핑을 하고 밥을 먹으러 상무지구에 왔다가 걸어서 몇 분 거리의 기념공원까지 들르면, 화려한 번화가와 추모 공간이 나란히 붙어 있는 광주만의 낙차를 몸으로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