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tTrip NOW
← 이 동네 이야기 전체보기

양림동 근대역사문화마을 · 🏘️

서양이 걸어 들어온 골목

양림동이라는 지명부터 풀이가 분분하다. 볕이 잘 드는 숲이라는 뜻의 '양림(陽林)'에서 왔다는 설, 광주천 제방을 따라 심은 버드나무숲을 가리키는 '양림(楊林)'에서 왔다는 설, 산줄기가 뻗어 내리는 지형을 뜻하는 옛말 '버드름'을 한자로 옮겨 적었다는 설이 지금도 병존한다. 어느 쪽이 맞든 이 동네가 '서양촌'이라 불리게 된 계기는 분명하다. 1904년, 선교사 유진 벨과 클레멘트 오웬이 이 동네에 자리를 잡으면서부터다. 이들은 광주 최초로 서양의 근대 문물을 들여온 통로였고, 그 흔적은 지금도 골목 곳곳의 붉은 벽돌 건물로 남아 있다. 이장우 가옥은 서양식 건축물이 늘어선 이 동네에서 오히려 눈에 띄는 조선 말기 전통 한옥이다. 1899년에 지은 상류 가옥으로, 지금은 광주 민속문화유산 제1호로 지정돼 있다. 서양 선교사들이 들여온 근대 건축과 조선의 전통 한옥이 한 골목 안에 나란히 남아, 개항기 광주의 두 얼굴을 함께 보여준다.

양림교회 앞의 오웬기념각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땅에서 선교하다 1909년 세상을 떠난 클레멘트 오웬과 그의 조부를 기려 1914년 세운 건물로, 지금은 광주광역시 유형문화재 제26호로 지정돼 있다. 이 동네를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예쁜 근대 건축을 구경하는 일이 아니라, 서양의 종교와 조선의 유교 질서, 그리고 식민지 시기 저항의 기억이 한 골목 안에서 어떻게 겹쳐 쌓였는지를 따라가는 일에 가깝다. 반나절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규모라 도보 여행 코스로도 알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