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tTrip NOW
← 이 동네 이야기 전체보기

양동시장 · 🍲

광주를 먹인 시장

양동시장은 1910년에 문을 연, 광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전통시장이다. 홍어거리와 닭전골목처럼 품목별로 구획이 나뉜 옛 시장 구조가 지금도 살아 있어서, 시장 자체가 골목마다 다른 냄새와 소리를 내는 작은 도시처럼 느껴진다. 정치사에 남은 일화도 하나 있다. 2002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며칠 앞두고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였던 노무현이 이 시장의 한 국밥집에 들러 국밥 한 그릇을 남김없이 비웠는데, 이 장면이 알려지며 이 집은 지금도 '노무현국밥집'으로 불린다. 하지만 이 시장을 광주의 상징으로 만든 사건은 따로 있다. 1980년 5월 18일, 계엄군의 유혈 진압이 시작되자 양동시장 상인들이 집에서 가마솥을 들고 나와 밥을 짓고 주먹밥을 뭉쳤다. 계엄군에 맞서던 시민군에게 먹을 것을 대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움직인 것이다. 최루탄 연기와 총성이 오가는 거리에서 밥을 짓는다는 것은 결코 사소한 용기가 아니었다.

이 주먹밥은 훗날 5·18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음식이 됐고, 나눔을 실천한 양동시장과 대인시장 상인들에게는 '오월어머니상'이 주어졌다. 양동시장 자체도 5·18 민중항쟁 사적 제19호로 지정돼, 지금은 장을 보러 오는 사람과 역사를 확인하러 오는 사람이 같은 골목을 걷는 곳이 됐다. 비 오는 날이나 한낮 더위를 피해야 할 때 이만한 실내 대안이 없다. 홍어무침이든 닭곱창이든 한 그릇 먹고 나면, 이 시장이 단순히 '오래된 재래시장'이 아니라 광주가 가장 힘들었던 며칠을 함께 버틴 장소라는 사실이 다르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