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황사 사적비에 따르면, 749년 8월 돌로 만든 배 한 척이 사자포 앞바다에 나타났다. 이 배를 발견한 의조화상이 제자 100여 명과 함께 목욕재계하고 해변으로 나가자, 배는 저절로 육지에 닿았다고 전한다. 창건 설화 자체는 검증하기 어려운 전승이지만, 이 이야기가 지금까지 1,200년 넘게 구전되며 절의 정체성을 규정해 왔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절은 정유재란(1597) 때 불탔고, 이듬해인 1598년(선조 31) 만선이 중건했으며, 1754년(영조 30)에 한 차례 더 수리를 거쳤다.
조선 후기에는 이름난 여러 승려가 이 절에 머물며 위상이 높아졌고, 그 흔적은 지금 28기의 부도와 5기의 탑비로 남아 있다. 두 곳으로 나뉜 부도군 가운데 한 곳에는 26기의 부도와 설봉당·송파·금하·낭암·벽하 등 대사비 5기가 모여 있다. 하지만 오늘날 미황사를 찾는 이들 다수는 이 창건 설화나 부도군보다, 달마산 능선을 병풍처럼 두른 절의 풍경을 먼저 떠올린다. 바다를 건너온 배 한 척의 전설로 시작된 절이, 이제는 산의 실루엣으로 기억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