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라마을에는 일제강점기 '만석꾼'으로 불릴 만큼 큰 부를 쌓은 세 집안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 조해영 가옥, 이배원 가옥, 그리고 김병순 고택(옛 김안균 가옥)이다. 이배원의 아버지 이석순은 원래 임피에 살다가 함라로 옮겨와 누룩 장사로 초가를 짓고 정착한 뒤, 동생과 함께 상업으로 부를 쌓았다. 조해영 가문은 대대로 함라에 터를 잡고 살아온 토박이로, 고종 때 사천군수와 정읍군수를 지낸 조한기가 가문의 기틀을 다졌다.
이 세 부잣집을 둘러싸고 지금까지 전해지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 "삼부잣집의 넉넉한 인심 때문에 오히려 함라 사람들이 게을러졌다"는 것이다. 식민지 시기의 다른 지주 계급이 흔히 착취와 결부돼 기억되는 것과 달리, 이 마을에서는 부자들의 관대함이 마을 사람들에게 도리어 나태함을 안겼다는, 다소 역설적이면서도 온기가 느껴지는 이야기가 구전으로 남았다. 지금도 세 가옥이 한 마을 안에 나란히 남아 있어, 일제강점기 지역 유지 계층의 살림살이를 한자리에서 비교해볼 수 있는 드문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