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 대종사 박중빈은 1916년 전남 영광에서 처음 깨달음을 얻고 교단의 기초를 다졌다. 그런데 정작 이 종교의 중심지는 영광이 아니라 익산이 됐다. 1924년 4월 이리 보광사에서 불법연구회 창립총회를 열고, 그해 9월부터 신용동(당시 익산군 북일면 신룡리) 황무지에 총부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이곳이 지금의 원불교 익산성지, 곧 중앙총부다.
성지 안에는 1924년 9월 처음 지어진 본원실을 비롯해, 1927년 소태산의 처소로 지어진 금강원 등 8채의 건물과 탑 2기가 초창기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원불교는 외국에서 들어온 종교가 아니라 한국 땅에서 자생한 신종교라는 점에서, 그 총본산이 서울이나 대도시가 아니라 당시로서는 변방에 가까웠던 익산의 황무지에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지금 원불교는 국내외에 수백만 신자를 둔 종단으로 성장했지만, 그 모든 이야기의 출발점은 여전히 이 조용한 신용동의 옛 건물들이다. 나바위성당(천주교)·두동교회(개신교)와 함께 놓고 보면, 근대 익산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 종교의 뿌리를 받아들인 땅이었다는 사실이 선명해진다.